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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시

엄마들이 쑥쑥 자라난다-황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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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63회 작성일 2022-02-27 14:40: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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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쑥쑥 자라난다
    황정숙
 
하늘이 다 익었는지 해가 풍선처럼 떴다
짧은 팔로는 속수무책이다
가벼움이 놓쳐버린 부력을 바람으로 묶어놓은 곳

해와 달이 지나간 허공마다 낮과 밤이 들어 있다
제왕절개를 한 산모처럼 위태위태 걸어나오는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림자를 따돌리기 위해 줄행랑친 걸음

엄마의 자궁이 다 익었는지 아이들이 질그릇처럼 구워진다
속수무책 애물단지들이다

흙이 빚어놓고 간 단지마다 아이가 들어있다
너 같은 것 둘만 낳아 봐!
여기저기서 이를 바드득 가는 엄마들이 쑥쑥 자라난다

아이가 밤낮의 길이만큼 제 몸에 엄마의 본을 떴다

밤낮이 아이의 키만큼 달그락거리다 늙어간다
애물단지도 엄마가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유리컵 속 차가운 우유처럼 양수마다 아이들이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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