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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시

기분 좋은 날-이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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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41회 작성일 2023-01-22 10:46:3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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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날
                  이하재

30층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엘리베이터가 바로 위층에 멈추어 있으면 기분이 좋다
버스정류장에 가자마자 한 시간에 한 번 운행하는
1004번 버스가 들어오면 기분이 좋다
붐비는 전철 손잡이에 매달려 있을 때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내릴 준비를 하면 기분이 좋다
변두리 허름하고 깔끔한 식당에서 늦은 점심으로
구수한 된장찌개를 먹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전망 좋은 카페의 창가에 앉아
젊은 시절에 유행하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당첨이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주머니 속에 있는 복권을 만지작거리면 기분이 좋다
밥 한번 먹자며 보고 싶다는
살갑게 지내던 옛친구의 문자를 보면 기분이 좋다
피곤하지 않을 만큼 바쁘게 하루를 보내
불쑥불쑥 나타나던 그대가 생각나지 않아 기분이 좋다
나 죽어서야 만날 수 있는
그대의 슬픈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 기분이 좋다

잠시라도 그대를 잊을 수 있는 날이면
어처구니 없게 미안하고 눈물 나게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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