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코나머지/황정숙 > SeeIn의 시

좆코나머지/황정숙

강화도 함허동천 비린내 물씬 나던 윗말 우물가
욕쟁이할매 팔순잔치에 돼지 한 마리 잡던 날
동네 어르신들 손에 칼 한 자루씩 들고
왕소금에 들기름 끼얹어 생고기 한 점에 술 한 모금
술독 비어 갈 무렵 찾아온 담배 몇 보루와 소주 몇 박스, 젊은 신사
저놈은 누구니이까 ?
저놈이 도지사로 출마한다는 아랫말 최씨 좆코나머지*여!
노랭이 아저씨 이장 홍씨 혀 돌아가는 소리에
벌건 웃음이 눈꺼풀 내리는 늙은 좆코나머지들

그 우물가에 앉아 생각하니 모든 것이 좆코나머지
배꽃과 나비가 만든 누런 참배도 좆코나머지
낙과로 썩어 풍장 된 열매도 좆코나머지
널어놓은 곡식 헤집는 병아리도 좆코나머지
붉은 단호박 하나 들고와서 칼을 대는 순간,
쏟아져 나오는 비릿한 씨앗 젖 물린 좆코나머지
해외연수 간다고 졸라대던 내 좆코나머지
이런 것도 못해 주면서 왜 날 낳어? 내뱉던 말
딸과 나, 나와 어머니
팽팽하게 맞서다 늑골 빠져나가는 소리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번져가는 노을빛, 좋고
나머지 가득한 세상
저녁에게도 젖 한통 물렸는지 서쪽하늘 좆나 붉네

* 좋고나머지- 남녀가 사랑을 나눈 후 남은 것. 자녀를 속된 말로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