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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시

플라타너스- 황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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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55회 작성일 2021-10-14 23:47: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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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황정숙

바닥 위에 찢긴 잎들이 흩어져 있다
톱날이 밟고 나간 자리마다 피를 다 뽑아낸 가지들.
 
한 철이 뿔처럼 잘려나간다.
 
잘린 가지에 해를 박음질한다면
수선 자국난 몸은 구름과 묶일 것이다
뭉텅, 나무의 팔다리가 떨어져 간 자리에
베개 속 솜처럼 채워지는 햇빛
 
톱날 소리를 내는 바람이 시린 팔을 벌리고 있다.
 
오랜 침묵은
햇빛도 되고 바람이 된다
새순처럼 고층의 유리창을 통과하는 해 너머로
붉게 묶이는 시간의 매듭이

처진 어깨가 흠칫 놀라 떨듯, 전깃줄에 앉았을 때
 
그곳에서 따스했던 둥지의 그림자로
출렁일 때,
늘어진 전선이 지상 위의 간격을 흔들어도
거기서 새들의 어제는 다시 날아오르고
그 밑줄에 턱걸이하는 바람은 멈추지 않을 것이므로
삶의 밑줄은 경계가 없을 것이다.

톱날이 버리고 간
잘린 가지에 달을 박음질한다면
피를 다 뽑아낸 뿔은 모두 초록으로 자라날 것이다.
윗줄로, 새 울음이 밟고 들어간 허공에
 
잎이 차오르는 플라타너스.

2013년 <현대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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