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례] 수면 무호흡증/조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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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무호흡증/조성례
컴컴한 대추나무 속에서
매미 입을 떼느라 숨차다
소리를 내기보다는 끌려들어가는 목젖
그의 숨이 금방이라도 멎을 듯하다
찌르륵 컥, 찌르륵 컥 두어 번 내뱉어본 호흡이
어둠을 멈추게 한다
어둠의 색깔로 시간을 측정해 보는 밤
아직 날이 새려면 호흡이 몇 번은 멈춰야 한다
어쩌면 소리를 내지 못하는 매미는
그 아이의 어미였는지도 모르겠다
배냇병신의 불구아들이 돌부리에 넘어져
흔들리던 다리마저도 정지상태일 때
그 어미는 숨 막히는 울음을 컥컥 뱉어내지도 못했었다
몇 날 울어도 시원한 소리 한번 내보지 못한 어미가
저기 나무 위에서 어둠으로 울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둠 속에서의 보름은 그에게도 충분하다
그가 호흡을 멈추었다가 내쉬는 순간을
울음이라고 할까 노래라고 할까
그 짧은 순간 허공에다 커다란 악보를 걸어놓고
소리를 읽고 있다고 할까
그가 코골이를 치료하는 보름 동안
매미는 한생의 울음을 그치고 어디로 날아 갔을까
2015, 11월 우리시 (작가사상 현대시 50선)
[이 게시물은 이창민님에 의해 2025-03-31 18:37:11 조성례의 시에서 이동 됨]
컴컴한 대추나무 속에서
매미 입을 떼느라 숨차다
소리를 내기보다는 끌려들어가는 목젖
그의 숨이 금방이라도 멎을 듯하다
찌르륵 컥, 찌르륵 컥 두어 번 내뱉어본 호흡이
어둠을 멈추게 한다
어둠의 색깔로 시간을 측정해 보는 밤
아직 날이 새려면 호흡이 몇 번은 멈춰야 한다
어쩌면 소리를 내지 못하는 매미는
그 아이의 어미였는지도 모르겠다
배냇병신의 불구아들이 돌부리에 넘어져
흔들리던 다리마저도 정지상태일 때
그 어미는 숨 막히는 울음을 컥컥 뱉어내지도 못했었다
몇 날 울어도 시원한 소리 한번 내보지 못한 어미가
저기 나무 위에서 어둠으로 울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둠 속에서의 보름은 그에게도 충분하다
그가 호흡을 멈추었다가 내쉬는 순간을
울음이라고 할까 노래라고 할까
그 짧은 순간 허공에다 커다란 악보를 걸어놓고
소리를 읽고 있다고 할까
그가 코골이를 치료하는 보름 동안
매미는 한생의 울음을 그치고 어디로 날아 갔을까
2015, 11월 우리시 (작가사상 현대시 5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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