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음악회/조성례 > SeeIn의 시

천상음악회/조성례

  <반경환의 명시감상 사상의 꽃들 수록>
벌레의 흔적이 없는 푸른 유두를 매단 채
사방에 대고
먹어먹어,
바람의 전언을 들은 참새 떼들
아침저녁으로 배 불리는 소리 소란하다
그럴 때마다
바람이 한 번 씩 찾아와
머리 쓰다듬어주니
반짝반짝 뒤집히는 이파리들,

벌레에게 먹히고
바람에게 젖을 물린 대추나무
더 이상 내어줄 것 없는 성자가 된다
성화 속에서
아버지에게 젖을 물린 딸의 얼굴이 저러했을까

푸드득 이 가지 저 가지에서
새들의 노래가 날아간다
푸른 음악회는 매일 만석 공연이다
박새, 참새, 모든 텃새들은
늦잠 자고 일어 난 개밥바라기별(샛별)에게도
푸른 유두를 물려준다

미처 자리거두지 못한 초승달의 입술이
귀밑까지 찢어지는 시간
천상공연에 초대받은 내 귀는
매일 닷 푼씩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