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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시

치마의 원주율-김애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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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57회 작성일 2022-03-15 14:33: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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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의 원주율
    김애리샤


오래된 살구나무 옆으로 삐져나오던
구불구불한 모퉁이 길
그 길 따라 걸을 때면 자꾸만 벗겨지던
왼쪽 발 운동화
살구나무 아래에서 치마를 넓게 펼쳐 들고
받아내고 싶었던 살구 알들
운 좋게 치마 안으로 받아 들었던
몇 알의 살구들은
벌레가 먹었거나 덜 익었거나 이미
물러지기 시작한 것들
자꾸만 미끄러지는 열매들
나의 사랑을 힐끗거리며 사선으로
비껴가는 사람들
낮은 굽의 신발을 신어도
곧게 걸을 수가 없어서 나는
뾰족뾰족 무한다각의
원주율을 가지고 있어서
그 꼭짓점들 중 어떤 것들은
무디게 갈아내고 싶어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지만
캄캄한 밤들만 진열되어 있어서
조금씩 벌어질 수밖에 없는 미래들과
더 먼 미리들
나는 쓸모없는 모서리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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