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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시

파놉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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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99회 작성일 2023-01-08 10:03: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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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놉티콘*                     
                                  박환 

원형 건물 통로에선
유령개미도 길을 잃는다

두 개의 철문이 열리면
사각의 두 평 좁은 방
유리 벽을 긁는 눈동자 소리 요란하다
리플리*의 입술을 단 사람들이
나무 바닥에 앉아있거나 납작 엎드려 있다

이곳에선 죄목을 덮어 주는 게 철칙
변기통에서 배식구의 거리에 따라
석방과 수감의 순서는 달라진다

온갖 그늘이 뒤섞인 표정
이빨이 가려운 시간은 어둠을 갉아먹는다
저마다 깜깜한 미래를 해석하다가
잠 못 드는 밤에 도달한다

판결문처럼 냉담한 법의 얼굴로
유리막은 견고하게 서 있는데
베개가 된 성경이 기적을 가져올 수 있을까
얼굴 없는 눈의 안부가 가혹하다

감시와 징벌이 같은 얼굴을 하고
서로서로 기록하는
파놉티콘의 계절
길을 잃은 건 그들일까 나일까

* 파놉티콘 :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원형 감옥
* 리플리 :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으며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이들을 부르는 '리플리 증후군’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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