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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재] 빨래/이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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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8074089d 조회 258회 작성일 2021-12-18 15:46:0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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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이하재

가을은 물이 빠지는 계절
산도 들도 넘실대던 초록 물결이
개펄에 물이 빠지듯 빠져나간다
줄기를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살을 찌우던 잎새에 청춘이 시들면
울긋불긋 곱게 물들거나
얼룩덜룩 우중충하게 퇴색한다
내 청춘 푸른 물이 빠져나가면
나는 무슨 색깔로 남을까
물이 빠질수록 드러나는
욕망의 찌꺼기 검은 반점들
칙칙하게 젖은 마음을
박박 문지르고 헹구어
말간 가을 하늘에 널어 말린다


문학의 봄 2021년 11월 이달의 작품

이하재의 ‘빨래’ 선정

11월의 작품 방은 만추의 단풍처럼 울긋불긋한 잎새들로 화려하게 불타올랐다.
만산을 물들인 늦가을의 단풍처럼 수많은 상념이 물컹 묻어나서 눈시울이 뜨겁고 짭짤한 가운데 정경임의 ‘냄새피우는 법’, 윤여호의 ‘겨울 잎새’, 이하재의 ‘빨래’가 최종 심사에 올랐다.
정경임 시인의 작품은 2021년 올해의 작품으로 선정된 바와 같이 대부분 작품이 수작이다.
‘냄새피우는 법’ 외에 ‘입장료’와 ‘홍시’, ‘편견’도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좋은 작품을 계속해서 쓴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정경임 시인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는 증거이다. 정경임 시인의 등장으로 작가회 작품 방이 풍성해졌다는 것은 올해 의미 있는 수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윤여호의 ‘겨울 잎새’는 빈 몸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에서 긴 밤 홀로 지내는 고향 집 어머니를 떠올리면서도 단순히 외로움이라는 피상적 느낌이 아닌 ‘떨어지기 직전이 가장 아름답다’는 숭고한 내적 표현으로 승화하고 있다.
이하재의 ‘빨래’는 낙엽 냄새가 나는 만추에 어울리는 서정시다.
흔히 가을을 물이 드는 계절이라고 하건만 시인은 ‘가을은 물이 빠지는 계절’이라고 말하며, 화려했던 청춘이 시들면서 퇴색하는 계절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청춘이 지난 자신의 가슴에서 부끄러운 욕망의 찌꺼기로 남은 검은 반점들을 바라본다. 마지막 연에서 욕망의 찌꺼기를 ‘박박 문지르고 헹구어 말간 가을 하늘에 널어’ 말리는 ‘빨래’의 행위로 표현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숙고 끝에 이하재 시인의 시 ‘빨래’를 이달의 작품으로 선정한다.
2021.12.13. 문학의봄작가회 이달의작품심사위원회

[이 게시물은 이창민님에 의해 2025-03-31 13:34:14 이하재의 시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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