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김애리샤 > SeeIn의 시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283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030
Seein
  • H
  • HOME Seein Seein 시
Seein 시

[김애리샤] 너는/김애리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340회 작성일 2021-11-13 19:47:46 댓글 0

본문

너는/김애리샤

-노모의 시체와 세 달을 지낸 중학생 이야기

너는 서 있다
다리미판 위에는 적색 담요가 깔려있다
너는 견고하다
오른손엔 스팀다리미를, 왼손엔 얼굴 하나를 들고있다
부동자세로 서 있다
철로 만든 거대한 구두 밑창 같은 다리미로
마침내 너는 다림질을 시작한다
철판의 온도가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스팀버튼을 누른다
쉭 쉭쉭
스팀들이 쉭쉭거리며 네가 들고 있는
얼굴로 달려든다
드디어 얼굴이 녹아서 흘러내린다
어둑한 귀퉁이에 솜이불로 덮어놓은 노모의 몸에서
꼬물꼬물 빠져나오던 구더기들을 무심하게 보던 눈과
열네 살이니까 흉기로 노모를 죽여도 된다고 말했던 입과
썩어가던 노모의 냄새를 일부러 거부하던 코와
그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퉁명한 볼 살이
흘러내린다
얼굴이 으깨진다 뭉개진다
살이 타는 모양은 다 뱉어내지 못하는 말들을 닮았다
다림질이 끝났지만
너는 아직 거기에 있다
흘러내린 너의 얼굴을 수습하고 있다
적색 담요위에 녹아내린 살점들을 긁어모은다
너는 목을 구부린다
너는 붙인다
너의 목에 뭉개진 얼굴을 붙인다

이제야 너는 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