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오가피/이슬안 > SeeIn의 시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309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056
Seein
  • H
  • HOME Seein Seein 시
Seein 시

[이슬안] 가시오가피/이슬안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50회 작성일 2022-02-26 23:32:15 댓글 0

본문

가시오가피/이슬안

1,
가늘고 뾰족한 것들
그것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가시가 돋아났다

2.
네 오빠는, 네 오빠는, 을 곱씹던 엄마의 목 안에도
삼켜지지 않는 가시가 걸려 있었다
태어나서 백일 만에 가버린 오빠는
엄마의 입에서 우린 물처럼 새어 나오곤 하였다

남동생 주변에 가시 울타리가 드높게 쳐졌다
그 가시에 걸려 찢어진 자리에선
뾰족한 순이 올라왔다

엄마를 기다리다 지친 생의 순간
내 안에서 자라게 된 가시오가피 한그루,
내 외로운 소꿉놀이도 
채송화와 봉숭화 같이 혼자서 피어나기는 하였다

3.
아들에 대한 기대가 서서히 희미해져 갔던 엄마는
말린 가시오가피 한 꾸러미를 선심 쓰듯 건네주었다

끓여서 차로도 마시고
요리에도 넣으라고

전화기 넘어 가시가 돋아난 대답을 들려주고
돌아선 순간 “슬픈 노래들의 교향곡”*이 목 안에서 흘러 나왔다
무수한 가시를 세우며
 
2악장 안돼요, 엄마 울지 말아요      가장 순결한 천상의 여왕께서      항상 우리를 지켜줄 거예요.      “아베 마리아”

제3장 사랑하는 아들아 어디 갔느냐?
      (중략)      신의 작은 꽃들이여, 여기저기에 꽃을 피어다오
      나의 아들이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선반을 샅샅이 뒤져 오래된 내 죄를 꺼내 들었다
냄비에 물을 채우고 가스 불 위에 올렸다
가시에 찔려있었던 시간의 번민들이 넘쳐 오르고야 말았다

* 헨리크 고테츠키의 교향곡 중에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