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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안] 세한도/이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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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30회 작성일 2022-02-26 23:34:0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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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이슬안

목이 긴 스탠드의 전구는 꺼진 지 오래다
갓 위에 쌓인 진설塵雪,
방과 방 사이 지붕 얹은 적막이 자라고
수도관을 타고 오르는 공명같이
보이지 않는 소리로
유배지의 밤은 길다

어둠 속 비릿한 기억들이
불면을 쌓으며 밀물과 썰물로 뒤척이면
한 발짝 거리의 벽과 벽은
섬과 육지의 간극만큼 밀려난다

고장 난 티브이처럼
각자의 방에 걸린 침묵의 입술들
전기담요의 스위치를 높이지만
밤의 뒤축들은 서성이다 차갑게 지나가고
파발통을 전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말발굽 소리마냥 건넌방 문이 닫힌다

죄인처럼 엉켜 말라가며
마음속 곁가지를 쳐내는 섬,
눈 내리는 내방의 새벽
죽은 불빛 스탠드만이 송백松柏처럼
홀로 갇힌 내 곁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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