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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안] 가을, 노천탕/이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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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48회 작성일 2023-06-19 21:41:3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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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노천탕/이슬안

노천탕이 있는 온천에서는
물에 반쯤 잠긴 자세라야 세련되어 보이지요
상체의 일은 목마름과 차가운 바람을 견뎌야 하는 것이지만
다리 사이로는 따뜻한 수액이 몰려오지요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스산해지는 풍경
숨을 곳을 찾는 송사리 떼처럼 체모들 버둥거리고
날파리 몇 죽어 물 위로 떠다녀요
따뜻한 손길로 다가온 허연 김에 낚아채였거나
겁 없는 투사처럼 뛰어들었거나 했을

날은 여전히 쌀쌀하고 바뀐 것은 없어요
반은 진실이고 나머지도 진실이라고 믿어야 하는
반쪽으로 세상을 견디는 일은
한 번쯤 절정에 가닿고 싶은 간절한 소망일지도 몰라요 

지난했던 걸음의 흔적들 종아리를 타고 오르기 시작해요
극단을 오가며 버틴 시간들이
발끝 뿌리를 타고 둔부를 지나 명치끝에 이르자
푸르죽죽했던 기억을 토해내며
뜨거운 기운이 솟구쳐 올라와요

생의 신열들이 붉은 잎을 내며 단풍으로 타오르고 있어요

한순간만이라도 아득한 날을 벗어나고픈 사람들이
뜨거운 세상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자세가 반신욕일까요

[이 게시물은 이창민님에 의해 2025-03-31 15:13:25 이미루의 시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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