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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시

달래간장-권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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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03회 작성일 2021-10-13 12:39: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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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간장
      권지영
달래 알뿌리를 다듬다가 뉴스를 들었다
가장 소득이 낮은 직업 1순위라 했다
직업이라 불리는 것도 신기한 시대라 하고
교수이자 시인이면 아니라고도 했다
전업작가가 아닌 전업시인은 날마다
시 공장으로 출근을 하고 시를 생산하고
키우고 가꾸고 포장하여 팔아야 한다
마케팅과 영업은 시인의 일인가
시인의 회사는 어디인가를 생각하다가
시인이 직업이 될 수 있는가를 유기적으로 생각한다
1인 기업이면서 사장님이기도 하고
영업사원이기도 하며 비서이기도 한 시인은 거대하다
달래 알뿌리의 흙을 털고 물에 씻고 다시 다듬고
여러 갈래의 뿌리들이 가지런히 정리된다
시를 읽지 않는다는 시대에
누구나 시인이라는 말에서 맵싸한 맛이 난다
시의 뿌리가 어디이든 그의 직업이 무엇이든
시를 쓰려는 이는 끊임없이 늘어난다
하나의 씨앗에서 싹을 틔우기 위해 뿌리를 만들고
줄기를 세우는 일이 시와 다를 것이 없건만
시인이라 불리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그 거대한 이름 앞에서 유기적이지 못하기 때문이고
시인이라 불리는 것이 감사한 것은
시를 쓴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 가난한 직업군 1위는 시의 밭에서
시의 옷을 입어 별다른 구색이 필요 없으므로
그대로 고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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