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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공처사 전상서/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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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09회 작성일 2025-02-15 20:50: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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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孔)처사 전상서/공광규

 뒤꼍 대숲 건너가는 빗소리
 산등성이 파도쳐 오는 솔바람소리 데리고 앉아
 눈 푸른 당신과 차 나누며
 마음속 구름 확 열어 젖혀본 게 언제였던가
 올 겨울 폭설에 갇혀
 세간에서 보내온 잡문은 읽지도 않고
 백김치 국물 뚝뚝 떨어지는 공양 짓다말다
 끄떡거리는 헌 경상(經床)을 천수경으로 받치고
 경(經)을 읽다 말다 하다
 나무부처 도끼로 찍고 시줏돈으로 불 쏘시게 하여
 몸이나 훈훈히 지피다가
 저 순백의 본지풍광(本地風光)으로 먼저 갑니다
 그러니 눈 녹으면 여름 장마에
 떠내려간 다리를 대신하여 돌부처 끌어다가
 거기 산문 밖 사람들 쉽게
 절에 오르도록 징검다리 놓아주세요
 내 시신을 찾느라 인력을 낭비하지 말고
 장작을 없애 사리도 수습하지 말며
 비석과 부도로 기억하지 말아
 살은 짐승과 벌레의 먹이가 되고
 뼈가 부서진 자리에 풀 한 포기 자라게
 그냥 내버려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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