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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썩은 말뚝/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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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30회 작성일 2025-02-15 20:51: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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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말뚝/공광규

 큰비에 무너진 논둑을
 삽으로 퍼 올리는데
 흙 속에서 누군가
 삽날을 자꾸 붙든다
 
 가만히 살펴보니 오랜 세월
 논둑을 지탱해오던
 아버지가 박아놓은
 썩은 말뚝이다
 
 썩은 말뚝 위로
 흙을 부지런히 퍼 올려도
 자꾸자꾸 빗물에
 흘러내리는 흙

 무너진 논둑을 다시 쌓기가
 세상일처럼 쉽지 않아
 아픈 허리를 펴고
 내 나이를 바라본다

 살아생전 무엇인가 쌓아보려다
 끝내 실패한 채 흙 속에
 묻힌 아버지를 생각하다
 흑-하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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