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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환상의 빛/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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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12회 작성일 2025-02-21 09:45: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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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강성은

등뒤에서 악령들이 내 긴 머리를 땋았다
희고 가녀린 손으로
입속에서 허연 김을 내뿜으며
나는 손가락을 뻗어
뿌연 유리창 위에 밤의 다른 이름들을 써내려갔다
겨울의 다른 이름들을 써내려갔다
나의 다른 이름들을 써내려갔다
창밖으로 몽유병의 신부와 들러리들이 맨발로 흰 드레스를 끌며 나타났다 사라졌다
어두운 거리는 밤새 골목을 만들었다가 숨겼다
어째서 머리칼은 계속해서 자라고 창밖의 폭풍은 멈추지 않는 걸까
등뒤에서 악령들이 내 긴 머리를 땋는다
희고 빛나는 물을 뚝뚝 흘리며
낮은 중얼거림으로
어째서 이 밤에는 저 오래된 거리에는
내 몸속에는 불빛 하나 켜지지 않는 걸까
예감으로 휩싸인 계절은 연속상영되고
새들은 지붕 위에서 오래 잠들어 있다
감기약을 먹고 나는 다시 잠들겠지만
먼지는 밤사이 도시를 또 뒤덮을 것이고
내가 잠들면 시작되는
이 겨울밤의 자막은
내가 쓴 이름들과 기호들과
본 적 없는 빛의 알 수 업는 조합
나는 끝내 읽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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