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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거미줄로 쓰다/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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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49회 작성일 2025-03-07 18:06: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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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로 쓰다/길상호

내 속의 거미줄 뽑아서 당신
써내려가던 날이 있었습니다
오래도록 되새김질을 해도
끊기지 않던 인연의 끈 엮어서
한밤 잠자리 옭아매는 그물을 짜냈지요
오래 뒤척이다 마루에 앉으면
처마 끝 매달아둔 거미줄에 걸려
몇 마리 날벌레가 식은 별처럼
파르르 떨다 숨결을 끄던 밤,
몸 속에서 자를 수 없던 그 가닥들이
작은 단말마의 비명에 툭툭 끊기고
헤진 그물코를 다시 고치며
밤 지새우던 날이 있었습니다
폐가처럼 황량해지는 줄도 모르고
몸 구석구석 거미줄 치던 날들,
뒤돌아보니 나의 어린 그림자
거미줄에 둘둘 말려서
허우적대는 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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