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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고목을 흔드는 새/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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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96회 작성일 2025-03-09 12:55:0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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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을 흔드는 새/길상호

숲에 들었다가 코코코코콕,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 소리를 듣고
눈길을 돌리니 팽나무 고목이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병든 부위 새가 망치질을 할 때마다
몸속에 그어진 나이테가 출렁,
원을 그리며 퍼지고
그 물살이 껍질에 닿으면
뿌리까지 흔들리는 나무
몇 번의 망치질이 이어지면
팽팽했던 나이테 서서히 늘어지고
저 물결도 굳어 버리리라
이미 밑둥치는 뱀처럼 허물을 벗고
훌쩍 시간을 넘어 사라지고 있는
팽나무를 보고 있으면
다리 절며 걸어오는 아버지
나는 저 거대한 고목에 기대
얼마나 많은 세월을 파먹은 걸까
코코코코콕, 망치질이 나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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