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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퇴행성 관절염/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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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99회 작성일 2025-03-09 13:12: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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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관절염/길상호

낮달이 갈라진 손톱으로
서쪽 하늘을 긁어대면
살비듬 같은 바람 불었습니다
할머니는 쪼그려 앉아
담 그늘 봉숭아들 발갛게 부어오른
무릎을 주무르고 있었습니다
너도 너무 오래 서 있었구나,
맥이 잡히지 않는 잎
한 장씩 떼어내다가
까맣게 익은 통증에 타다닥
허리 뒤틀기도 했습니다
떨어진 꽃잎들이 말이
흙바닥에 저물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빛바랜 입술 쓸어 모아
명치에 담아 놓고
마당에 남은 햇살을 골라
꽃의 관절마다 꽂아주었습니다
봉숭아 마지막 꽃물을 짜
할머니 눈에 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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