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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허공 지팡이/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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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05회 작성일 2025-03-09 13:24:5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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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지팡이/길상호
 
누구나 지팡이 하나 기대고 산다
가볍지만 또 무거운
무겁지만 또 가벼운
시간의 눈금 그려진 지팡이
허공 지팡이,
꼿곳하게 서 있던 등이
지팡이 닳고 닳자
점점 굽는다
손에서 뗄 수 없는
그 지팡이로 땅 찍으며
사람들은 간다
아버지 떠나고 한 칸
아들이 죽어 또 한 칸
저 할머니의 지팡이도
많이 짧아졌다
기대고 있던 것들 모두
허공이 되어 사라지면
할머니도 결국
허공에 입 맞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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