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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옥] 형이하학/김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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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58회 작성일 2025-03-21 16:24: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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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하학/김찬옥

  이브의 손끝에서
  똬리를 틀고있던 뱀의 입이 열린다
  부드럽고 탄력있는 깊고 깊은 구멍이
  그녀의 아랫도리를 서서히 점령한다

  발끝을지나정강이를지나무릎을지나허벅지를지나
  깊은골짜기를지나엉덩이를지나배꼽언저리에서멈춘다

  아무리 올려다보아도
  뱀은 저 북방의 경계를 침범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아랫도리와 더욱 밀접하다
 
  이글거리던 태양이 어둠에 들 즈음
  다시 체위를 바꿔
 
  배꼽을지나엉덩이를지나깊은골짜기를지나
  허벅지를지나무릎을지나정강이를지나

  발뒤꿈치를지나발끝을빠져나온다

  작은 상처 하나에도 민감한 뱀이
  온 종일 그녀와 한 몸일 수 있었다

  그녀가 없는 방 한 쪽 구석에
  똬리를 틀고있는 고탄력 팬티스타킹,

  이브의 형이상학을 모르는 저 뱀!   
 
-  시집『물의 지붕』 2009년 종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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