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너는 없다/김기택
페이지 정보
본문
너는 없다/김기택
너의 흔적은 머리카락이나 지문이 아니다
손때 묻은 책이나 냄새나는 옷가지도 아니다
기억 속에 사는 목소리나 표정도 아니다
어느 곳에서나 쌓여 있는 먼지를 보면
지금 네가 어디 있는지 알 것 같다
너는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 다만 온기가 없을 뿐이다
날아와 여기 쌓이기 전에 너는
끈적끈적하거나 꺼칠꺼칠했을 것이다
끊임없이 뜨거운 바람을 불어내며
단내와 시큼한 냄새를 풍겼을 것이다
(단내, 아, 그 숨막히는 열기여!)
사람과 사람 사이
베면 피가 나올 것 같은 살가죽 같은 공기를
걸치고 다녔을 것이다
식어버리자 쉽게 흩날리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온기가 있다면
울거나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너는 지금 차갑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어도 풀썩거린다
그렇다 너는 없다
없다는 것보다 더 확실한 너의 흔적은 없다
너의 흔적은 머리카락이나 지문이 아니다
손때 묻은 책이나 냄새나는 옷가지도 아니다
기억 속에 사는 목소리나 표정도 아니다
어느 곳에서나 쌓여 있는 먼지를 보면
지금 네가 어디 있는지 알 것 같다
너는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 다만 온기가 없을 뿐이다
날아와 여기 쌓이기 전에 너는
끈적끈적하거나 꺼칠꺼칠했을 것이다
끊임없이 뜨거운 바람을 불어내며
단내와 시큼한 냄새를 풍겼을 것이다
(단내, 아, 그 숨막히는 열기여!)
사람과 사람 사이
베면 피가 나올 것 같은 살가죽 같은 공기를
걸치고 다녔을 것이다
식어버리자 쉽게 흩날리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온기가 있다면
울거나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너는 지금 차갑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어도 풀썩거린다
그렇다 너는 없다
없다는 것보다 더 확실한 너의 흔적은 없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