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먹자골목을 지나며/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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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골목을 지나며/김기택
먹자골목을 지나는 퇴근길
돼지갈비 냄새가 거리에 가득하다
냄새를 맡자마자 어서 핥으려고
입과 배에서 침과 위산이 부리나케 나온다
죽은 살이 타는 냄새임이 분명할 텐데
왜 이렇게 달콤할까
이것은 죽음의 냄새가 아니고 삶의 냄새란 말인가
필시 그 죽음에는 오랫동안 떨던 불안과
일순간에 지나온 극도의 공포가 있었으리라
그러나 이 냄새에는 그런 기미가 전혀 없다
오로지 감칠 맛나기만 해서 천연덕스럽고 뻔뻔스럽다
정말 이것이 죽음의 맛일까
비리고 고약한 냄새인데
혀와 위장이 잠시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죽음을 품어 아름다워지고 풍요해진 산처럼
한몸 속에 삶과 죽음을 섞어놓으려고
서로 한 곳에서 살며 화해하게 하려고
혀와 위장을 맛의 환각에 홀리게 한 건 아닐까
지근지글 타고 있는 것이 고기이건 시체이건
돼지갈비, 그 환각의 맛과 냄새에서
잠시도 벗어날 수 없는 먹자골목
먹자골목을 지나는 퇴근길
돼지갈비 냄새가 거리에 가득하다
냄새를 맡자마자 어서 핥으려고
입과 배에서 침과 위산이 부리나케 나온다
죽은 살이 타는 냄새임이 분명할 텐데
왜 이렇게 달콤할까
이것은 죽음의 냄새가 아니고 삶의 냄새란 말인가
필시 그 죽음에는 오랫동안 떨던 불안과
일순간에 지나온 극도의 공포가 있었으리라
그러나 이 냄새에는 그런 기미가 전혀 없다
오로지 감칠 맛나기만 해서 천연덕스럽고 뻔뻔스럽다
정말 이것이 죽음의 맛일까
비리고 고약한 냄새인데
혀와 위장이 잠시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죽음을 품어 아름다워지고 풍요해진 산처럼
한몸 속에 삶과 죽음을 섞어놓으려고
서로 한 곳에서 살며 화해하게 하려고
혀와 위장을 맛의 환각에 홀리게 한 건 아닐까
지근지글 타고 있는 것이 고기이건 시체이건
돼지갈비, 그 환각의 맛과 냄새에서
잠시도 벗어날 수 없는 먹자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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