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이 깨어/공광규 > ㄱ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399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146
  • H
  • HOME

 

[공광규] 새벽에 잠이 깨어/공광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58회 작성일 2025-04-06 15:54:11 댓글 0

본문

새벽에 잠이 깨어/공광규

전날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새벽에 잠이 깨서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학교 근처로 방을 얻어 나가 사는
아들과 딸 생각이 자꾸 난다
자식들도 내가 젊었을 때처럼
잡히지 않는 미래와 불안을 덮고 잘 것이다
밖에는 고양이가 새벽을 울고 간다
필화로 직장에서 쫓겨나
밤이슬 맞으며 불 꺼진 자취방을 찾아가던
내가 생각나서 안쓰럽다
갑자기 기침이 난다
평생 기침이 심해 무를 달여먹고 배를 삭혀먹던
서늘한 아버지 기침 소리를 닮아 놀란다
아버지도 이렇게
집을 나가 사는 나와 동생들을 생각하면서
새벽잠을 뒤척였을 것이다

- 공광규, 『파주에게』(실천문학사, 20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