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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갈대/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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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6회 작성일 2025-04-08 09:30: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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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고영민

어머니가 개밥을 들고 나오면
마당의 개들이 일제히 꼬리를 치기 시작했다
살랑살랑살랑

고개를 처박고
텁텁텁, 다투어 밥을 먹는 짐승의 소리가 마른 뿌리 쪽에서 들렸다
빈 그릇을 핥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 마른 들판 한가운데 서서
얼마나 허기졌다는 것인가, 나는

저 한가득 피어 있는 흰 꼬리들은
뚝뚝, 침을 흘리며
무에 반가워
아무 든 것 없는 나에게 꼬리를 흔드는가
​앞가슴을 떠밀며, 펄쩍
달려드는가

- 고영민,『공손한 손』(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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