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고영민 > ㄱ

두부/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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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어디에서 오나
두부가 엉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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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만든 저녁은
살이 부드럽고 아직 따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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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불려 놓은 시간을
맷돌에 곱게 갈아
끓여 베보자기에 걸러 싼
살며시 누름돌을 올려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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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초저녁은
순두부처럼 후룩후룩 웃물과 함께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좋을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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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오는 것은
두부가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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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스름 녘
딸랑딸랑 두부장수 종소리가 들리고
두부를 사러 가는 소년이 있고
두부집 주인이 커다란 손으로
찬물에 담가둔 두부 한모를 건져
검은 봉지에 담아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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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오는 것
두부가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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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민,『봄의 정치』(창비,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