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 호두 바람/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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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 바람/곽재구
소 잔등에 엄마와 둘이 타고
지평선을 향해 걸어갔다
바람 속에서 호두 냄새가 나는구나
어린 시절 우리 집 마당에 호두나무가 있었다
나는 매일 호두나무에 올라가 동화책을 읽고
잎새 속에서 엄마가 등 구부리고
펌프 샘 가에 앉아 우는 모습을 보았다
햇살이 쿨럭쿨럭 엄마 등 위에서 놀았다
그런 날이면 나는 잘 익은 호두 한알을
엄마에게 들고 가 껍질을 까 드렸다
엄마는 소를 타고
지평선 쪽으로 계속 갔고
나는 강나루에서 내려
엄마를 향해 손 흔들었다
해가 지고
바람속에서 호두 냄새가 났다
호두 바람 속에서는 펌푸 샘 가에 앉아 울던
엄마의 눈물 냄새가 난다
- 『꽃으로 엮은 방패』(창비, 2021)
소 잔등에 엄마와 둘이 타고
지평선을 향해 걸어갔다
바람 속에서 호두 냄새가 나는구나
어린 시절 우리 집 마당에 호두나무가 있었다
나는 매일 호두나무에 올라가 동화책을 읽고
잎새 속에서 엄마가 등 구부리고
펌프 샘 가에 앉아 우는 모습을 보았다
햇살이 쿨럭쿨럭 엄마 등 위에서 놀았다
그런 날이면 나는 잘 익은 호두 한알을
엄마에게 들고 가 껍질을 까 드렸다
엄마는 소를 타고
지평선 쪽으로 계속 갔고
나는 강나루에서 내려
엄마를 향해 손 흔들었다
해가 지고
바람속에서 호두 냄새가 났다
호두 바람 속에서는 펌푸 샘 가에 앉아 울던
엄마의 눈물 냄새가 난다
- 『꽃으로 엮은 방패』(창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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