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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분꽃/곽재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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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3회 작성일 2025-04-12 10:46: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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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곽재구

화장터 창가에 서서
무지개를 바라보는 사람은
무지개를 꽃병에 꽂아두고 싶었다
멍석 위에 둥글게 모여 앉아
보리수제비를 먹을 때면
돌담 곁 분꽃이 수북수북 피었다
한 그릇 더 먹으렴
수제비는 쉬 배가 꺼진단다
볼 움푹 팬 목소리가 들리고
개밥바라기 곁으로 별똥이 지나갔다
고개 꺾어 보지 마렴
사랑 하는 이가 떠나지 못한단다
분꽃 씨앗 하얗게 돌에 찧어
그이의 주름살에 발라주었는데
연소실 불꽃 속에서
툭툭 분꽃이 피어난다
어서 가세요 편지할게요
우체국도 우편번호도 알 수 없는
허공의 창밖에 분꽃이 피고
생수병에 무지개를 꽂는 사람이 있었다

-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문학동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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