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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의 길/고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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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보다는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초봄의 는개 비에
한 사나흘, 느티나무 물 머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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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각질의 상처딱지들
감아드는 는개의 혓바닥에 바르르 떨며
마냥 부드러워지나 싶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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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기돌기, 잦부리만한 새 움들
두터운 세월의 鱗片 틈을 비집고
목하, 저렇게 내어밀고 있는 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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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도나 외로워서
눈발 치는 강변의 갈것마냥이나 쓸리며
질정 없는 남루의 길 돌아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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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랜 묵시의 느티나무
거기 그렇게 한 자리에서
내내 견디며, 숨결을 틔워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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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찾아 헤매는 길의 어둠
안으로 열고 들어간 뒤라야
비로소 길 풀리어 환해지는 법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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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두빛 길, 밖으로 내어밀며
이 논 저 논에 후끈한 두엄을 내고
초봄을 가는 양민들 가운데 야젓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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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시와시학사,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