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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그를 버리다​/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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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7회 작성일 2025-04-12 19:11: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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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버리다​/김사인

죽은 이는 죽었으나 산 이는 또 살았으므로
불을 피운다 동짓달 한복판
잔가지는 빨리 붙어 잠깐 불타고
굵은 것은 오래 타지만 늦게 붙는다
마른 잎들은 여럿이 모여 화르르 타오르고
큰 나무는 외로이 혼자서 탄다

묵묵히 솟아오른 봉분
가슴에 박힌 못만 같아서
서성거리고 서성거리고 그러나
다만 서성거릴 뿐
불 꺼진 뒤의 새삼스런 허전함이여

용서하라
빈 호주머니만 자꾸 뒤지는 것을
차가운 땅에 그대를 혼자 묻고
그 곁에서 불을 피우고
그 곁에서 바람에 옷깃 여미고
용서하라
우리만 산을 내려가는 것을
우리만 돌아가는 것을

- 『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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