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호] 터미널에서 낚시질/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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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에서 낚시질/길상호
사람은 많은데 그 사람은 없다
그 사람 보고 싶은 날, 그러면서 나에게는 그의 뒷모습만 기억나는 날, 터미널 대합실에 앉아 그 사람의 그림자에 낚시를 던진다 바늘 끝에 매달아 놓은 미끼는 그대 내 곁에 머물던 날들의 추억이다 비슷한 기억으로 아파했던 사람들 가끔 곁눈질로 다가와 미끼를 건드리면 나는 실가닥을 타고 전해지는 가느다란 희망에 두근거린다 또 허망한 낚싯대를 끌어올린다 낚싯대 끝에 달아 놓았던 추억 덩어리는 사라지고 없다 차들이 도착할 때마다 물결을 일으키며 한 무리 색색의 기억이 떠오르지만 누구도 나의 바늘에는 관심이 없다 매점에 쌓여 있는 물건들이 수초처럼 흔들리면 그 손짓을 따라 몇몇의 기억들이 거기서 허기를 채우고 딱딱한 의자에서 무료해지기 시작한 나는 이제 낚싯대를 걷는다 그대를 떠올리며 달아둔 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물에 잠기고만 나를 끌어올리며 그대 잊으려 한다 너무 많은 사람 안에서 익명이 되어 버린 그대 그림자, 돌아오는 길 낚싯대 끝에는 내가 매달려 아가미를 헉헉대고 있다
-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걷는사람, 2018)
사람은 많은데 그 사람은 없다
그 사람 보고 싶은 날, 그러면서 나에게는 그의 뒷모습만 기억나는 날, 터미널 대합실에 앉아 그 사람의 그림자에 낚시를 던진다 바늘 끝에 매달아 놓은 미끼는 그대 내 곁에 머물던 날들의 추억이다 비슷한 기억으로 아파했던 사람들 가끔 곁눈질로 다가와 미끼를 건드리면 나는 실가닥을 타고 전해지는 가느다란 희망에 두근거린다 또 허망한 낚싯대를 끌어올린다 낚싯대 끝에 달아 놓았던 추억 덩어리는 사라지고 없다 차들이 도착할 때마다 물결을 일으키며 한 무리 색색의 기억이 떠오르지만 누구도 나의 바늘에는 관심이 없다 매점에 쌓여 있는 물건들이 수초처럼 흔들리면 그 손짓을 따라 몇몇의 기억들이 거기서 허기를 채우고 딱딱한 의자에서 무료해지기 시작한 나는 이제 낚싯대를 걷는다 그대를 떠올리며 달아둔 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물에 잠기고만 나를 끌어올리며 그대 잊으려 한다 너무 많은 사람 안에서 익명이 되어 버린 그대 그림자, 돌아오는 길 낚싯대 끝에는 내가 매달려 아가미를 헉헉대고 있다
-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걷는사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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