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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 달팽이의 아픔/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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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2회 작성일 2025-04-14 10:06:3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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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아픔/고영

눈물에 기대 잠드는 날들이 많아졌다.
지구의 중심을 짊어지고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슬펐다. 낙엽 더미 속에 깃들면
잠시나마 따뜻해질까.

도마뱀이 되고 싶었지만
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해줄 꼬리가 없었고,
내 몸은 너무 무거웠다.
등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는 일조차
내겐 고역이었다.

거추장스러운 껍질을 벗어버리기 위해
몸속에 불씨를 품고 살아야 했다.
그 불씨가 꺼지면,
뼈 한 점 남기지 않고
완전한 연소체가 되고 싶었다.

형체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그림자를 지우며 살아야 했다, 그것이
슬펐다.

 - 『딸꾹질의 사이학』(실천문학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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