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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 고백/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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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2회 작성일 2025-04-14 10:07:3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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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고영

구월성당 담벼락 밑에 핀 고깔제비꽃
고해성사라도 하는 것인지
꽃 핀 분위기가 사뭇 엄숙하다
부끄러운 죄를 고백하기 딱 좋은 봄날
외줄 꽃대 끝에 매달린
고깔 깊게 눌러 쓴 제비꽃을 보았다
저 혼자 꽃을 피우는 일도 죄악이라고,
끝내 땅바닥을 향해 참회를 피운 고깔제비꽃
홍자색 저 꽃잎 한 겹을 들추면
눈시울이 붉게 물든
쓸쓸한 고백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갑자기 내 안의 맥박이 출렁인다
누굴 위해, 무릎 꿇고, 고개를 숙여본 적이
있던가, 나는 후끈 달아오른다
작은 틈새를 뚫고 부신 눈물방울을 단 고깔제비꽃
담벼락 너머 세상 속으로
아픈 꽃대를 들이대고 있다
꽃대를 보는 눈시울이 자꾸 붉어진다

-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천년의시작,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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