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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치자꽃 피던 밤/고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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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회 작성일 2025-04-14 10:14: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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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 피던 밤/고두현
  - 미당풍으로

그날 밤
밭언덕에 등불처럼
하얗게 핀 널 잡으려고
어둠 속을 달리다가 그만
달고 신 네 손목에다 나는
어쩌자고 코피를 쏟고

그날 이후 날마다
못 견디게 그리울 땐
샛노랗게 온몸 꽃멍이 들어

해마다 6월에 피었다가
10월에 맺는 줄 알겠지만
치자 물 든 밭언덕만 보면
등불처럼 하얀 네 손목에다
붉은 씨를 뿌리고 싶어
그날 밤 이후
나는 늘 꽃만 보면 코피를 쏟고.

 -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랜덤하우스중앙,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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