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된 골목/김주대 > ㄱ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1,004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751
  • H
  • HOME

 

[김주대] 노래가 된 골목/김주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1회 작성일 2025-04-14 17:35:54 댓글 0

본문

노래가 된 골목/김주대

백점을 맞은 것일까
책가방을 맨 아이가 붕어처럼 입을 벌리고
노래를 부르며 지나간다
골목길 벽이 아이의 노래를 받아
들썩들썩 스피커처럼 소리를 쏟아낸다
노랫소리로 환하게 채워지는 골목
관악기 구멍처럼 운다
정신없이 모이를 쪼아 먹던
비둘기 몇마리 까만 음표로 날아오르고
목청껏 노래를 입에 문 아이가
걸어가고 있다
골목 끝에 목련나무가 하얀 봉을 잡고 흔들흔들
지휘를 하고 있는 걸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이의 목구멍처럼 바알갛게 달아오르는 골목
아이의 노랫소리를 따라
담장 아래 새로 나온 풀들이 허리를 흔들고
봄날 한쪽에
아직은 이런 쩌렁쩌렁한 어린 노래의 골목이 있으니

- 『그리움의 넓이』(창비, 201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