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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삼류/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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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9회 작성일 2025-04-16 13:14: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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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김명인

​진짜 사기꾼이 왕창 해 처먹고 날랐는데
어쩡어쩡 똥개마냥 따라다니다
감방이라면 도맡아 드나드는 머저리를 알고 있다
모처럼 집안 모임에 갔더니 두 달 전에 또 갇혔단다

벌써 몇 번째야, 삼촌 삼촌, 외제 차 끌고 와서
으쓱댈 때 알아봤어야, 이번에는
생판 남한테 집적거렸다니 모면한
인척들이야 여러 번 당한 일로 한숨 놓겠지만
말 빌딩 올리던 저는 저번만큼 만만할까

천성은 제비인데 어디서 물고 오는 박씨일까?
바람으로 잔뜩 채워
풍선처럼 터뜨리나, 그게 뭣이라고
어설픈 바람잡이로 시답잖게 늙어가나
판정에서 사실을 바로잡겠다고?

진짜 시인이 어질러놓고 달아난 뒷자리의 서정처럼
말도 안 돼, 면회조차 안 갔는데
어느 순간 그가 내 앞에 우뚝 서 있다
삼촌, 삼촌 시는 무슨 말인지 휑하니, 삼류라고요
속는 줄 모르게 속이는 게 시 아니에요?

- 『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문학과지성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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