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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공원의 의자/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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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회 작성일 2025-04-18 08:20: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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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의자/김기택

네 다리가 앉아 있다.
무릎이 펴지지 않아서
스스로 일어설 수 없어서
서지 못하고 앉아 있다.

허리를 곧게 펴고
부동자세로 앉아 있다.
다리가 꼬아지지 않는다.
꼿꼿한 등받이에 척추가 생긴다.

명상에 잠겨 있다.
머리가 없어서 명상에 잠겨 있다.
엉덩이가 머리가 되도록
깊이 명상에 잠겨 있다.

종일 앉아 있으면서도
앉을 자리가 비어 있다.
바람이 와서 앉아도
햇빛이 와서 앉아도 비어 있다.

새가 와서 앉아도
엉덩이가 생기지 않는다.
나비가 와서 앉아도
몸무게가 생기지 앉는다.

종일 의자는 비어 있어서
공기에 엉덩이가 생길 것 같다.
허공에 무게가 생길 것 같다.
무늬목에서 옹이에서
잎이 돋을 것 같다.

- 『낫이라는 칼』(문학과지성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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