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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봉화군 봉성면 달맞이꽃/김윤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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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회 작성일 2025-04-30 09:04: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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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군 봉성면 달맞이꽃/김윤배

 토종 도야지 생고기 타는 냄새 내 반생 넘어왔지요 사람 그리운 정이라니, 소쩍새 우는 밤이면 이곳 봉성면 등짝 넓은 남정네 몰래 들이고 싶은 시절 견디기란, 열일곱 머루 덩굴 같은 나이 시외버스 운전기사와 눈 맞아 새재면 외속리 길 굽이굽이 돌고 돌아 이화령 바람결 같은 살림 차렸던 거지요 열여덟 첫딸 놓자 사내는 칡뿌리 같은 하체 내돌렸지만 용서할 수 있었지요 객지의 기름잠 얼매나 외로웠으면 나 너 용서한다 그랬지요 이 작자가 둘째 사내아를 놓자 더덕 향 같은 남정 풍기며 암컷 찾아다닐 때는 용서할 수 없었지요 아이들 다 주고 몸만 나와 굴참나무 도토리처럼 굴렀심니더 밥장사로 세월을 모아 이곳에 눌러앉았지요 무뚝뚝한 인심이 좋고 남정들 불콰한 웃음 숯불구이로 소주 한잔이면 나는 저 봉명산 옮길 수 있었지요 산 그리메 붉은 소매에 밀어넣고 산을 옮기고 강을 옮기며 봉성면 소재지 떠돌았지요 붉은 강이 붉은 산 받아 장터 바닥 목놓아 울던 날이면 흙비 내려 온통 물난리 그런 물난리였지요 그리 살아도 세월 가고 몸 늙고 붉은 산 붉은 몸으로 붉은 강 건너는 삶인 것을, 이제사 가슴에 못 품을 강 없심니더

-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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