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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영목항 일박/김윤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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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6회 작성일 2025-04-30 09:06: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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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목항 일박/김윤배

밤이 되자 포구에는 쇳물 같은 어둠
정박했다 작은 어선들 비스듬히 누워
서산횟집 이층 서산다방 불빛 보며 졸고
강풍은 방파제를 때리고는 뭍으로 내닫는다
나는 흔들리는 달빛 아래
바다를 향해 오랜 시간을 떨며 선다
달빛은 수많은 조각으로 찢겨
파도의 사구에 위태롭게 얹힌다
저처럼 위태롭게 얹혀서도 벙그는 달빛이라면
나 달빛과 불륜에 들어 서산다방
구석진 자리 파리똥 앉는 등피 닦으며
한 살림 차려도 좋으려니
작은 어선들 달빛에 발정난 듯
서로의 어깨를 껴안고
달빛보다 더 출렁인다

-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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