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스무 살/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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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문정희
스무 살은 나이가 아니라 눈부심이다
커피에 적시어 먹는 마들렌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가 그만 사라진다
눈만 크고 괜히 사나운 고양이같이 야옹거리며
별 하나를 캐 보려고
궁리하는 사이
스무 살은 산뜻한 돌림병처럼 왔다 간다
그 바람에 첫사랑이 스쳐 가는 것도 모른다
스무 살은 고귀한 보석을 거기 두고 온 것을 알고
남은 생애 동안
두 눈이 빠지도록 그리워하는 풀밭이다
날개를 펴서 미처 부딪혀 보기도 전에
자유보다 더 많은 상처를 증거처럼 남기고
얼떨결에 떠나 버린다
- 『응』(민음사, 2014)
스무 살은 나이가 아니라 눈부심이다
커피에 적시어 먹는 마들렌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가 그만 사라진다
눈만 크고 괜히 사나운 고양이같이 야옹거리며
별 하나를 캐 보려고
궁리하는 사이
스무 살은 산뜻한 돌림병처럼 왔다 간다
그 바람에 첫사랑이 스쳐 가는 것도 모른다
스무 살은 고귀한 보석을 거기 두고 온 것을 알고
남은 생애 동안
두 눈이 빠지도록 그리워하는 풀밭이다
날개를 펴서 미처 부딪혀 보기도 전에
자유보다 더 많은 상처를 증거처럼 남기고
얼떨결에 떠나 버린다
- 『응』(민음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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