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문재] 안부/맹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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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맹문재
시골에서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췌장암이 믿기지 않아
서울의 큰 병원에 확인검사를 받으려고 올라오신 큰고모님
차에서 내리자마자
여기 문재가 사는데, 문재가 사는데……
서울의 거리를 메운 수많은 사람들과 차들과 상점들 사이에서
장조카인 나를 찾으셨단다
나는 서울의 구석에 처박혀 있어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데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일까
나는 목덜미에 찰랑찰랑 닿는 목욕탕의 물결에도
칼날에 닿은 듯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는데
콧노래를 부른다고 믿으신 것일까
지하도로 들어오는 한줄기 햇살만큼이나 보고 싶었지만
내게 부담된다고 아무 연락도 안하고
하늘까지 그냥 가신 큰고모님
아귀다툼의 이 거리를 헤치고 출근하다가 문득
당신의 젖은 손 같은 안부를 듣는다
- 『책이 무거운 이유』(창비, 2005)
시골에서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췌장암이 믿기지 않아
서울의 큰 병원에 확인검사를 받으려고 올라오신 큰고모님
차에서 내리자마자
여기 문재가 사는데, 문재가 사는데……
서울의 거리를 메운 수많은 사람들과 차들과 상점들 사이에서
장조카인 나를 찾으셨단다
나는 서울의 구석에 처박혀 있어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데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일까
나는 목덜미에 찰랑찰랑 닿는 목욕탕의 물결에도
칼날에 닿은 듯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는데
콧노래를 부른다고 믿으신 것일까
지하도로 들어오는 한줄기 햇살만큼이나 보고 싶었지만
내게 부담된다고 아무 연락도 안하고
하늘까지 그냥 가신 큰고모님
아귀다툼의 이 거리를 헤치고 출근하다가 문득
당신의 젖은 손 같은 안부를 듣는다
- 『책이 무거운 이유』(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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