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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재] 손목시계/맹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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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8회 작성일 2025-04-12 19:47: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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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맹문재

​날마다 날개를 찾다보니 어느새 마흔이다
그사이 깃이 돋은 고향의 도랑물은 말라붙었고
뽕나무밭은 가시덤불 속으로 묻혔다
나는 항상 나의 손목시계가 날개를 달 수 있다고 믿고
신문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고 감기약을 사 먹고
때로는 도시락을 싸서 도서관에 갔다
그때마다 내가 달고 싶은 날개들이
길 건너편에서 반짝거리며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날개들을 바라보며
내가 지닐 수 없는 무지개라고 아쉬워했지만
결코 포기하지는 않았다
내가 찾는 날개들이
나를 별처럼 높게 날리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떨어진 깃 하나가
나의 신발이 되고 양식이 되고 안방이 되고
나의 거울이 된다는 것을 믿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 아침 손목시계부터 찾고
고모님이 입원한 병원에 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  『책이 무거운 이유』(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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