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문성해 > 마

치자꽃/문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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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일산 오일장에서 치자꽃을 난생 처음 보았더라,
마침 장 구경 나온 여자 둘을 보고
장사꾼은 처첩 간 아니냐고 수작을 걸고
처에 해당하는 여자도 첩에 해당하는 여자도 싫지 않은 듯 호호거리는데
때마침 나온 치자꽃 두어 송이만 하얗게 얼굴 붉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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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무에 매달려 있던 그 꽃들
바람에 흔들리며 시시덕거리며 서로 너나들이하며
얼굴도 부비고 암수한몸인 양 앉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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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지간인 처첩 간도 세월이 지나면 한편이 된다던가
그네들이 갔다가 오는 곳을 모르는 세상의 허구많은 꽃나무들이여
잇몸이 내려앉은 서방처럼 홀로 추억만 되새김질할 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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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시 그곳에 가보니
예전의 그 농 걸던 장사꾼과 여자들은 보이지 않고
그때의 치자꽃만 두어 송이 걸어나왔더라
장 구경 나와 서로 맛난 것 챙겨주던 그 여자들 모양
눈부신 햇살을 서로 먹여주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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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술을 건너간 이름』(창비,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