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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동행/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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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5회 작성일 2025-04-16 10:57: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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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문인수

1
그의 지친 모습은 처음 본다. 챙 아래 어두운 저
이마에서일까, 자꾸 배어나와 번지는 어떤 그늘이 젊은 이목구비와 체격까지 모두
소리없이 감싸고 있다. 얼굴에, 어깻죽지에 발린 그의 마음인데, 그 표정이
지금은 잠시도 그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

빡빡한 일정 탓으로 그의 머리가 너무 무거운 것 같다. 그는 무리해서 일부러 내게 들렀다.
배려에 대해 나는
코미디든 개그든 이 가을 채소처럼 한 광주리 너풀너풀 안겨주고 싶지만
시간이 이십여분밖에 없어
내 쪽에서 그만 어둑어둑 물들고 만다.

2
그는 막차로 떠났다. 밤 열시 사십분발,
버스에 오를 때 좌석에 앉을 때 내게 손 흔들어줄 때 그를 밀어주는, 내려놓는, 한번 웃는
미색 롱코트를 걸친 저 기미가 얼른얼른 그를 추스르는 것 본다.

버스가 출발하고 ······ 보이지 않는다. 육신도 정신도 아니고 이건 또 어디가 부실해지는 것인지
사람하고 헤어지는 일이 늙어갈수록 힘겨워진다. 자꾸, 못 헤어진다.

- ​『적막 소리』(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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