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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막춤/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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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1회 작성일 2025-04-16 11:10:5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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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춤/문인수

막춤이란 닥치는 대로 몸을 나부대는 것이 아니라, 필생의 시간을 그려내는 마지막 동작이구나 싶다.

시꺼먼 고무치마 두르고 도심 인파 속을 오체투지 기어다니던 사내, 요즘 보이지 않는다. 플라스틱 동냥바가지도, 슬픈 피릿소리도 없이 이 커다란 문어는 공동어시장 씨멘트 바닥을 면밀히 탐색하고 있다.

해저의 저 느린 춤, 놈의 가눌 길 없는 머리통은 이제 말할 수 없이 무거운 짐이다. 사내가 끌던 깜깜하고도 질긴 하반신, 뚜벅뚜벅 걸어간 곳은 어디일까.

죽음은 그 어떤 삶도 놓치지 않고 깨끗하게 챙긴다.

문어가 움직이는 대로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지금 따라 하는 짓, 같은 것을 느낀다. 율동이나 스텝이 똑같아서 놀랍다. 막춤은 쉽다?

- 『배꼽』(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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