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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낙숫물/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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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 서선실(西禪室) 층계에
앉아 듣는
가을비 낙숫물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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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짓는 공양주 보살이
허드렛물로 쓰려고
처마 아래 놓아둔
찌그러진
양동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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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사는 단조로운 쓸쓸한
이 소리가 좋아
텅 빈 양동이처럼 앉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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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해질 때까지 앉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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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곽에 낙숫물이 가득 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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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도
허드렛물로 쓰일
한 양동이 가을비 낙숫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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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문학동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