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금이 절창이다/ 문인수 > 마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775
어제
667
최대
3,544
전체
297,661
  • H
  • HOME

 

[문인수] 만금이 절창이다/ 문인수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58회 작성일 2025-02-05 09:20:31 댓글 0

본문

만금이 절창이다/ 문인수

  물들기 전에 개펄을 빠져나오는 저 사람들 행렬이 느릿하다.
  물밀며 걸어들어간 자국 따라 무겁게 되밀려나오는 시간이다. 하루하루 수장되는 길, 그리 길지 않지만
  지상에서 가장 긴 무척추동물 배밀이 같기도 하다. 등짐이 박아 넣은 것인지,
  뻘이 빨아들이는 것인지 정강이까지 빠지는 침묵, 개펄은 무슨 엄숙한 식장 같다. 어디서 저런,
  삶이 몸소 긋는 자심한 선을 보랴. 여인네들…… 여남은 명 누더기누더기 다가온다. 흑백
  무성영화처럼 내내 아무런 말, 소리 없다. 최후처럼 쿵,
  트럭 옆 땅바닥에다 조갯짐 망태를 부린다. 내동댕이치듯 벗어놓으며 저 할머니, 정색이다.
  "죽는 거시 낫겄어야, 참말로" 참말로
  늙은 연명이 뱉은 절창이구나, 질펀하게 번지는 만금이다.
 
- “배꼽”(창비, 200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