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내/문정희 > 마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294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041
  • H
  • HOME

 

[문정희] 나의 아내/문정희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31회 작성일 2025-04-06 13:07:02 댓글 0

본문

나의 아내/문정희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 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 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면
살며시 차 한 잔을 끓여다 주는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매일 나의 거울을 닦아 주고
늘 서방님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소유의 식민지
명분은 우리 집안의 해
나를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만들어 주고
내 성씨와 족보를 이어 주는 아내
오래전 밀림 속에서 살았다는 한 동물처럼
이제 멸종되어 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절대 유용한 19세기의 발명품**같은
오오,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미당의 시 「내 아내」중에서.
*매릴린 옐름 「아내」중에서.

- 문정희, 『나는 문이다』(문학에디션 뿔, 200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