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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타이어 가는 여자/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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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4회 작성일 2025-04-12 09:57: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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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가는 여자/문정희

성난 독사 같이
차들이 질주하는 큰길가
고장 난 차를 세워놓고
한 여자가 타이어를 갈고 있다

바퀴에서 바람이 새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이혼 사유란에 그녀는 '성격 차이'라고 썼다

커브를 돌 때마다
시간의 마디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
위태로운 주행
심하게 비틀거리는 차체
드디어 그녀는 차를 세우고
부품을 조이고 마모된 언어를 갈았다

속력을 다시 낼 수 있을까
판사는 곧 '협의 이혼'을 판결할 것이다

무릇 속력이란 무엇이며
어디를 향할 것인가
사람이 달리면
또 얼마를 달릴 수 있는 것일까

성난 독사 같이
차들이 질주하는 큰길가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한 여자가 혼자 바퀴를 갈고 있다

​- 『나는 문이다』(문학에디션 뿔,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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